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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니트 빨래
    일상/소소한 일기 2020. 10. 30. 17:51

    제주도 여행을 갔다 온 뒤 엄마가 빨래할 것들을 세탁기에 넣으라고 하셨다.

     

    자연스럽게 니트를 세탁기에 가져갔다. 
    그걸 지켜보던 누나가 '니트는 세탁기에 넣으면 옷이 상해 손빨래를 해야 해' 
    뒤이어 엄마가 화장실 밑에 두라고 말씀하셨다.

    그래서 알았다고 한뒤 세탁기에 넣은 니트를 화장실 밑에 두었다.

     

    오전 6시~7시 사이였다.
    그날 밤 잠결에 쉬가 마려워 화장실로 갔다.  

    엄마가 내 니트들을 손빨래를 하고계셨다. 

    내가 화장실 가고싶어하는걸 눈치 채셨는지 조용히 빨래를 멈추시고 화장실 밖으로 나오셨다. 
    자연스럽게 화장실에 들어간 나는 한동안 엄마가 하고있던 빨래를 지켜보았다. 
    아무런 생각없이 짧지만 긴 침묵이 이어졌다. 

    그리고 화장실에 나와 다시 내 자리에 돌아와 누었다. 
    화장실 가기 전 비몽사몽했던 내가 왠지모르게 눈물이 났다. 

    바닥은 따뜻했지만 난 차가워지고 있었다. 

    살면서 큰 사고없이 원만한 인간관계를 유지하고있다는 자만이였을까? 
    주변사람들에게 성실하고 바르다는 소리를 들었던 내가 엄마에게 보여지는 모습은 꽤나 역설적인 모습으로 다가왔다. 
    내 가슴 속 깊이 새겨둔 큰 사람은 못되도 바르게는 자라야지라는 말이 의미없어진 순간이었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20대 후반 난 엄마와 함께 늙어가고있다. 

    다른사람에게는 먼저 나서서 하려하지만 엄마한테는 한 없이 작아지고 관대해진다.
    엄마 앞에서는 뭔가 부끄럽다는 내 속안에서 나에게 말하는 핑계....

    엄마에게 너무 죄송스럽다. 
    바른 아들도아니고 잘난 아들도 아니다.

     

    아직 엄마에게 보여주지 못했다.

    그래서 난 더 노력하고 남들보다 달려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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