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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한 마음 : 실망
    일상/소소한 일기 2021. 5. 4. 22:48

    #악의 평범성 - 이산하
    그날 이후 세상의 모든 것들은 물방울로 보였다.
    자세히 보면 맑고 투명한 물방울 속에는
    삶과 죽음의 경계를 허물어 고요해지는 그 무엇이 숨어 있다.
    자신을 적당히 허물어 절반의 미련을 남기는 법도 없고
    비루한 생의 잉여까지 저물도록 방치하는 법도 없다.
    언제나 자신의 형체를 완전히 파괴해 완전히 증발시켜버렸다.
    내가 물방울 앞에서 물방울보다 먼저 무너지는 이유였다.
    나는 여전히 다른 세상으로 가는 입구를 찾지 못했고
    내가 찾을 때쯤이면 입구는 이미 출구로 바뀌었다.

    한국의 아우슈비츠는 숨어있다.
    편견이 없는 사람이 이 책을 읽고 편견이 생겼다.
    이산하 시인의 시집에는 희망이란 없다.



    오늘 손세실리아님을 보고싶어 찾아갔다.

    "저... 혹시 저 기억하시나요"
    "으음... (누구시죠?)"
    "작년 12월 31일 기억하세요? 제가 친구와 함께 이곳에 왔는데
    그 친구가 손세실리아님이 쓰시다만 글이 적혀있는 시집을 구매했었는데
    그때 손세실리아님이 그 글을 어딘가에 옮겨 적어두셨었어요. (고개를 끄덕이며 맞아맞아...)
    그리고 저희가 그 책을 구매하고, 저희에게 올해의 마지막 손님이라며 저에게 노인과 바다라는 책과 양말을 선물해주셨어요. "
    "당연히 기억하죠. 아무래도 얼굴은 기억을 못하는데 다 기억이 나요."
    ....
    ....
    ....
    "제가 3월달부터 취업을 준비했었는데 3월부터 생각했던 것이 내가 만약 취업을 하게 되면
    가장 먼저 이곳으로 와서 이병률 시인님의 '이별이 오늘 만나자고 한다.' 시집을 읽고 싶었어요."
    ....
    ....
    "다음에는 연락하고 와요.(제가 없을 수도 있으니까)"
    나는 넌지시 웃었다.

    연락을 하고 오면 인연이 아니지 않는가
    난 그 인연을 약속하고 싶지 않았다.
    그 날 운이 좋게 만날 수 있었는데, 그게 인연이지 않은가
    오늘 손세실리아님을 못 봤다면 그것 또한 인연이다.

    나는 내가 좋아하는 공간에서 마음을 기대하고싶은 사람에게 다가가 나의 이야기를 전해주고 싶다.
    그 사람의 이야기가 내 안으로 들어오길 기대한다.
    그리고 그 사람을 마주하고 싶다.




    오늘 나는 문득문득 그녀가 생각이 났다.

    그녀의 눈에는 약속을 했던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한동안 일이 바뻐 그녀의 눈은 잠겨져있었다.
    어제 하루 가게를 지키며 약속한 손님들을 마주하고자 하였지만

    책이 한 권도 팔리지 않았다.
    한동안 일이 바뻐 그녀의 눈이 잠겨져있었다.

    그리고 오늘
    그녀에게 약속한 사람이 찾아왔다.
    오늘 내린 비가 그녀의 눈에 붉은 빛이 되었다.



    최근에 나는 사람에게 기대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나에게 실망을 안겨다 주었다.
    처음에는 그 사람에게 알 수 없는 감정과 화가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나에게 실망을 했고 내게 남겨진 것은 '실망'이었다.
    그리고 실망을 안겨다 주었던 것은 그 사람이 아니었던 것에 또 다시 실망을 했었다-

    바라던 일이 뜻대로 되지 않아 상한 마음 : 실망

    바라던 일도 내 욕심
    뜻대로 되지 않는 것도
    상대의 잘못은 아니다.

    결국 나 혼자 기대해서
    나의 마음이 상하는 것.

    실망은 상대방의 잘못인 줄만 알았는데
    오롯이 나에게서 비롯된 감정이었다.
    그렇지만 기대 없이 사는 건 재미없고
    무료하지 않을까?

    결국, 또 기대하고 실망하겠지




    그녀의 마음이 닿는 곳에서 한시간은 시처럼 지나가고
    약속했던 사람의 시간은 빛바래져 있었다.

    나는 아쉬움을 뒤로하고 발길을 가게 문 앞으로 향했다.
    “취업 축하해요”
    “아 정말 감사드려요. 안녕히 계세요”

    12월 31일의 시인처럼 문 앞에서 가는 길을 넌지시 바라보고 있었다.
    그 시간 시인은 나에게서 어떤 정원을 느끼고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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